안녕하세요. 발치왕 이바다입니다.
사랑니를 빼러 오신 분들은 입을 벌리고 포를 덮은 채로 누워 계십니다. 그 상태에서는 소리만 들리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보이지 않으니 겁이 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모형을 가지고 매복 사랑니를 빼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 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영상을 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모르는 게 약이라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 분은 여기서 그만 보셔도 됩니다. 다만 성격상 알고 가야 마음이 놓이는 분들은 한 번 읽고 오시면 훨씬 덜 무섭습니다.
1. 부분 매복은 머리가 반쯤 보이는 사랑니입니다

매복 사랑니라고 하면 다 똑같이 묻혀 있는 줄 아시는데 정도가 다릅니다. 영상에서 먼저 보여 드린 건 부분 매복이에요. 사랑니 머리가 반 이상 밖으로 나와 있고 나머지는 잇몸과 뼈에 가려져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사랑니는 칫솔이 닿지 않는 자리가 생기기 때문에 음식물이 끼고 썩기 쉽습니다.
뒤에 보여 드린 건 거의 완전 매복에 가까운 사랑니였습니다. 겉으로는 살짝 비칠 뿐이고 대부분이 뼈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두 경우는 빼는 순서가 비슷하지만 뼈를 얼마나 걷어내야 하는지, 치아를 몇 조각으로 나눠야 하는지가 달라집니다.
2. 잇몸은 넉넉하게 째야 덜 붓고 덜 아픕니다

시작은 잇몸 절개입니다. 사랑니 뒤쪽에서 앞쪽으로 이어서 째는데, 제가 째는 범위를 보시면 생각보다 넓습니다. 레지던트 때는 저도 조금만 째는 게 좋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반대였습니다.
조금 째면 오히려 더 붓고 아픕니다
작게 째면 시야가 좁아서 기구가 들어갈 자리가 없고, 그만큼 잇몸을 억지로 당기게 됩니다. 시간도 길어지고요. 넉넉하게 열고 들어가면 오히려 빨리 끝나고 덜 붓습니다. 절개를 하고 나면 골막거상기라는 기구로 잇몸을 젖혀 둡니다. 여기까지 하면 노랗게 뼈가 보이고, 그 안에 사랑니가 들어 있는 게 확인됩니다.
3. 뼈를 먼저 따고 그다음에 치아를 쪼갭니다

잇몸을 젖혔다고 사랑니가 바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사랑니가 뼈에 둘러싸여 있으니 먼저 주변 뼈를 걷어내야 합니다. 이걸 디칭이라고 부릅니다. 사랑니 둘레를 따라 도랑을 파듯이 뼈를 따 주는 작업이에요.
저는 이때 스트레이트 앵글 로우스피드라는 기구를 씁니다. 연세대를 졸업해서 익숙한 것도 있지만, 로우스피드는 치아와 뼈의 단단한 정도가 달라서 지금 내가 뼈를 갈고 있는지 치아를 갈고 있는지 손끝으로 구분이 됩니다. 하이스피드는 훨씬 빠르고 소리도 크지만 각도가 잘 안 들어가는 자리가 있어요. 그래서 처음 들어갈 때는 로우스피드로 시작합니다.
4. 뚝 소리는 치아가 쪼개지는 소리입니다

뼈를 따고 나면 사랑니 가운데를 찾아서 홈을 냅니다. 끝까지 넣는 게 아니라 뿌리 쪽으로 2mm쯤 들어가면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 지점이 있어요. 거기까지면 대략 3분의 2 정도가 들어간 겁니다. 나머지는 엘리베이터라는 기구를 넣고 비틀어서 쪼갭니다.
이때 뚝 소리가 납니다. 그래서 저는 시작 전에 "뚝 소리 납니다, 놀라지 마세요"라고 미리 말씀드립니다. 앞 어금니가 들썩거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실제로 앞니가 움직이는 건 아닙니다. 힘이 전달되는 느낌이 그렇게 옵니다. 쪼개고 나면 뒤쪽 조각이 먼저 나오고, 남은 앞쪽 조각은 기구를 넣어 살살 돌려 주면 따라 나옵니다.
5. 뼈에 2mm 이상 묻혀 있으면 완전 매복입니다

기준이 궁금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규정으로는 사랑니가 뼈에 2mm 이상 묻혀 있으면 완전 매복으로 봅니다. 그러니까 겉으로 조금 비쳐 보여도 규정상으로는 완전 매복인 경우가 있습니다.
완전 매복도 순서는 같습니다. 째고, 젖히고, 뼈를 따고, 쪼개서 뺍니다. 다만 쪼개는 도중에 뒤쪽이 먼저 부러지는 경우가 실제로도 가끔 있어요. 그럴 때는 순서를 바꿔서 뒤쪽 조각을 먼저 빼고, 머리를 빼고, 남은 뿌리를 뺍니다. 세 조각으로 나눠서 빼게 되는 거죠. 당황할 일이 아니라 흔히 있는 경우입니다.
6. 앞 어금니까지 꿰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랑니를 다 뺀 다음에는 염증이 남아 있으면 긁어내고, 스케일러로 그 자리 앞뒤 잇몸을 같이 정리해 드립니다. 사랑니에 가려서 평소에 손이 닿지 않던 자리라 이때 함께 해 두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보통 세 바늘 정도 꿰맵니다.
가끔 "사랑니를 뺐는데 왜 앞니까지 꿰매 놨냐"고 하시는 분이 계세요. 잇몸을 앞쪽까지 째서 젖혔기 때문에 그 자리를 다시 덮어 주려면 앞 어금니 쪽까지 봉합이 들어갑니다. 실밥은 보통 일주일쯤 뒤에 풀러 오시면 됩니다.
마무리하며
이 과정을 굳이 보여 드린 이유는 하나입니다. 누워 계실 때 무슨 소리가 나는지 알고 있으면 덜 무섭기 때문입니다. 지익 하는 소리가 나면 뼈를 갈고 있구나, 뚝 소리가 나면 치아를 쪼개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실 수 있어요. 모르고 누워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매복 사랑니는 뼈를 걷어내고 치아를 나눠서 빼는 일이라 시간이 걸립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뼈가 덜 단단하고 회복이 빠릅니다. 엑스레이 한 장 찍어서 지금 상태부터 확인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서울 청량리(동대문구)에서 진료하고 있고, 일요일(오전 9시 30분~오후 2시)에도 사랑니 발치를 합니다. 평일에 시간 내기 어려운 분은 참고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원문: 이바다 원장 블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