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발치왕 이바다입니다.
"신경치료 하자고 하면 다 과잉진료 아닌가요?" 진료실에서도, 유튜브 댓글에서도 정말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충치 치료는 크게 레진, 인레이, 그리고 신경치료 후 크라운 이렇게 세 단계로 나뉘는데요. 신경치료로 넘어가면 비용도 늘고 치과에 오는 횟수도 늘어나니 의심이 드시는 게 당연합니다. 예전에 앞니 여러 개를 신경치료하고 깎아서 하얗게 씌우는 치료가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신경치료는 좋지 않은 것이라는 인식이 많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오늘은 신경치료가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경우에 꼭 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 피할 수 있는지, 영상에서 엑스레이를 보며 설명드린 내용을 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신경치료는 신경을 살리는 게 아니라 없애는 치료입니다

이름 때문에 오해가 많습니다. 신경치료라고 하면 신경을 살려 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치아 속 신경을 제거하는 치료입니다. 신경을 없애면 그 치아는 차가운 것, 뜨거운 것,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신경은 필요해서 있는 것이니 당연히 있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충치가 아주 깊어서 충치를 긁어내다 보니 신경과 가까워졌거나 치아가 깨졌을 때는, 평소에는 그냥 '차갑다' 정도였던 자극이 통증으로 바뀝니다. 이걸 역치가 낮아졌다고 표현하는데, 이때의 통증은 참기가 어렵습니다. 신경을 없애고 크라운을 씌워야 일상생활을 하실 수 있는 상태라서 신경치료를 하는 겁니다.
2. 신경을 살릴지는 환자분과 대화로 정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어떻게든 신경치료를 안 하려고 했습니다. 충치를 깎아낸 자리에 신경을 보호하는 재료를 깔고, MTA 같은 재료로 채워서 신경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방법이 있거든요. 다만 이렇게 하려면 1~2주에 한 번씩 몇 달을 오셔야 하고, 그동안 시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애를 썼는데 결국 신경치료로 넘어가면 "처음부터 하지, 왜 시간과 비용을 두 번 쓰게 했냐"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어떤 게 과잉진료인지는 환자분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시작할 때 충분히 설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경을 살려 보고 싶고 시간을 낼 수 있는 분은 같이 지켜보고, 바쁘고 확실한 치료를 원하시는 분은 신경치료로 바로 가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환자분도 "증상도 없고 신경치료는 정말 하기 싫은데, 시간이 걸려도 지켜보고 싶다"고 먼저 말씀해 주시면 의사도 마음 편히 그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3. 엑스레이에서 충치가 신경 가까이 있으면 가능성이 큽니다

요즘은 치과에서 엑스레이와 입안 사진을 다 찍으니, 조금만 알면 본인 사진으로도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엑스레이는 밀도 차이로 보이는데, 치아 가운데 검게 보이는 관이 신경이고 충치도 검게 보입니다. 충치의 검은 부분이 신경 가까이 내려가 있으면 "신경치료를 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그리고 실제 충치는 엑스레이보다 더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아무 증상도 없고 엑스레이에서 충치도 안 보이는데 바로 신경치료를 하자고 한다면, 한두 군데 더 가 보셔도 됩니다. 다만 두세 군데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면, 본인은 증상이 없어도 그 진단이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4. 이 두 가지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신경치료를 꼭 해야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되돌릴 수 없는 치수염입니다. 처음에는 찬 것에 아프다가 점점 뜨거운 것에도 아프고, 나중에는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아픕니다.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 너무 아파서 얼음주머니를 대고 오시는 분도 계십니다. 다른 하나는 신경이 이미 죽은 경우입니다. 아프지는 않은데 치아 옆 잇몸에 여드름처럼 볼록한 것이 생긴다면, 신경이 죽어 고름이 뼈까지 녹이고 나온 것일 수 있습니다.
이 두 경우는 신경치료를 미루면 나중에 이를 빼야 할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신경치료를 해서 내 치아를 쓰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충치 치료 뒤 찬 것, 뜨거운 것에 조금 시린 정도라면 되돌릴 수 있는 단계일 때가 많아서, 신경을 안정시키는 재료를 깔고 한두 달 지켜보면 좋아지기도 합니다.
5. 그래도 신경은 안 죽일 수 있으면 안 죽이는 게 좋습니다

치아를 나무에 비유하면, 물을 속에서도 빨아들이고 겉에서도 빨아들여야 합니다. 신경을 없애면 겉에 있는 것만으로 버티게 되고, 속의 혈류가 없어져서 치아가 죽은 고목처럼 점점 푸석하고 딱딱해집니다. 한 10년 지나 딱딱한 것을 잘못 씹으면 쪼개지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 결국 이를 빼야 합니다.
신경치료는 성공률도 100%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하시는 교수님이 해도 그렇습니다. 신경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보존과 전문의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치료가 신경치료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보존과 선생님이 신경치료를 하자고 하신다면 정말 필요해서 하시는 말씀이라고 받아들이셔도 됩니다. 한편 오래전 신경치료 없이 씌운 치아의 신경이 나중에 죽어서 뼈가 녹는 경우도 있으니, 무조건 안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6. 신경치료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1년에 한 번 치과에 가는 것입니다

신경치료를 할 정도로 충치가 커지는 건, 대부분 몇 년 동안 치과에 안 가다가 아파서 오신 경우입니다.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 정기 검진만 받으셔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10대, 20대는 충치 진행이 빨라서, 중고등학생 때와 대학 초반에 치과에 한 번도 안 가다가 처음 왔을 때 충치가 한꺼번에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찬 것이나 단 것을 먹을 때 이가 아프다면 "신경치료를 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시고 빨리 가시는 게 이득입니다. 작을 때는 때우는 것으로 끝날 충치가, 아파서 가면 신경치료로 넘어갈 가능성이 훨씬 커집니다. 젊으셔도 1년에 한 번은 스케일링하시고 엑스레이도 찍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서울 청량리(동대문구)에서 진료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원문: 이바다 원장 블로그


